<600그램>, <우리가 잃을 게 뭐가 있나>, <둥둥>
위 제목은 17회 여성인권영화제(2024, 한국여성의전화 주최)에서 상영된 단편영화 세 편의 제목이다. 공통점은 여성들의 이야기.
첫 번째 <600그램> | 프랑스 영화
어떻게든 '풍만한 가슴'을 달고 살아보려 했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이브. 하지만 가슴 축소 수술은 최소 600그램은 제거해야 수술비 환급이 가능하다는데...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수술을 말리는데 그중에 인상 깊은 것은 어머니의 태도이다. 어머니는 조심스레 이브에게 이브의 남편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이브는 당사자인 자신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으니 자신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한다.
여성의 유방에 대한 태도가 섹슈얼 아니면 자식에게 양질의 영양공급원으로 먼저 의미 부여된다는 것이 놀랍다.
이 영화는 최근에 만들어졌는데도 말이다.
또 다른 영화는 <우리가 잃을 게 뭐가 있나> | 독일 다큐멘터리
젊은 두 페미니스트 감독이 오래된 영화에서 나오는 앞선 시대 페미니스트 선배를 찾아 나선다. 두 사람은 과거 남성 출입을 금지했던 여성 서점을 발견하고 서점 주인들에게 히스토리를 듣는다.
그때 당시 거리를 지나던 여성들을 인터뷰했던 필름도 볼 수 있다. 1972년도인데 여성 전용 서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길가는 여성에게 질문하니까 “무정부주의적인 여성들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다들 서점 출입을 회피한다.
최근에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기 꺼리는 여성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남성 인터뷰이의 경우 “좋지 않다, 아침부터 재수 없다”라는 말을 하고 지나간다.
여성서점은 폭력 피해 여성의 피난처가 되기도 하고 남성의 습격을 받기도 한다.
언론에서는 “처음에는 평등을 주장하더니 이제는 여성 전용 호텔과 상점이 생겼다. 페미니스트들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여성을 어떻게 침묵시킬까”라고 호들갑을 떠는데 마치 호주제 폐지를 대하는 80년대 대한민국의 언론을 보는 느낌이다.
가끔은 “멍청이 같은 남자”가 여성 전용 서점을 꼭 들어가겠다고 우기기도 한다. 그럴 때 대부분은 설명하면 이해하고 자리를 뜨지만 기어이 들어가겠다고 고집하는 남자와는 주먹다짐도 했다는 것. 그 때문에 ‘웬도’라는 호신술을 배우기도 했단다.
또 다른 페미니스트 활동가 모니카가 말하기를 “그때에도 ‘이른바 여성’이 아닌 트랜스젠더나 레즈비언 배제가 있었고 종교나 이데올로기가 서로 연대하지 못하게 막았다 ‘사람들이 따스해지면 통제할 수 없으니까’”라고 한다.
내가 따스함과 애정을 받아야 그걸 다른 이에게 나눠 줄 수 있고 연결감을 느끼고 싶다는 모니카의 이야기.
잃을 것은 남성뿐 얻는 것은 세계라고 노래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몇 번에 걸쳐 메아리처럼 울린다. 공동의 적인 가부장을 위해 문제를 명명하고 같이 버티는 것이 방법이다. 운동 내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세대와 젠더를 연결하는 강한 연결감은 서로를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말이 위로가 된다.
마지막 영화는 <둥둥!>
82세 여성이 뒤늦게 수영을 배우는 이야기를 손녀가 촬영하는 영어권 다큐이다. 자식을 키우면서 배워 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수영과 오토바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할머니. 젊었을 때 남 좋은 일 하느라고 자신을 챙기지 못했다.
82살이 되어서야 여기저기 아프니까 이제 자신을 챙길 생각이 들고 물에 있을 때면 구름을 떠다니는 것 같고 아프지도 않다.
진작 배웠으면 좋겠지만 이제라도 하고 싶은 걸 주저하지 않고, 배움의 속도가 느리지만 즐겁게 배우는 모습이 관객들의 마음을 응원하게 하고 뿌듯하게 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마음에 걸림이 없이 하고 싶은 걸 해도 될 만한 달관과 여유가 생긴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