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걸>(세바스찬 리프쉬츠, 2020)이라는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7살 샤샤는 발레를 좋아하고 남자로 태어났지만 본인이 여자라는 걸 항상 느낀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다른 여자아이와 같이 대하지 않는다. 이에 샤샤의 가족은 학교와 사람들이 샤샤의 상황을 이해하고 포용하도록 온 힘을 다해 투쟁한다.
주로 엄마가 샤샤의 학교 책임자들을 만나 샤샤를 여자아이로 대해주기를 요청하고 아빠와 언니, 오빠도 샤샤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한다. 어린 나이에 학교에서 상처가 되는 많은 폭력과 혐오를 겪고도 원망하지 않고 좋은 말만 하려는 샤샤.
퀴어로 태어났으니까 태어난 대로 살려고 하는데 그걸 가족을 포함한 남에게 매번 이야기해야 하는 자식의 피곤함과 힘겨움이 얼마나 큰지 봐왔던 나로서는 샤샤의 그 노력이 인간의 높은 품격으로 느껴졌다. 학교 책임자들은 샤샤가 여자아이라는 입증을 요구하고 엄마는 선생님과 다른 학부모와의 면담 자리에 샤샤의 심리 상담 선생님을 동석시켜 샤샤의 상태를 설명하게 한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불안하고 우울해하는 샤샤에게 엄마는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계속 용기를 준다. 샤샤와 열 살 정도 차이 나는 언니 또한 동생인 샤샤를 지키기 위해 언니 본인이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할 정도로 당찬 가족이다.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상담 선생님이 이런 상황을 샤샤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가장 힘든 것이 무어냐고 묻는 장면이다. 샤샤는 엄마와 식구들이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 속상하다고 이야기한다.
나이가 어린 아이라도 자기 때문에 분투하는 가족들을 걱정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안타까운 마음에 보고 있던 관객 입장에서 ‘너는 아이니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그건 어른들의 몫이야’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다음 장면 상담 선생님이 “너는? 네 마음은 괜찮아?” 하고 묻자 샤샤가 대답을 못하고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뚝뚝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화 없이 천천히 보여주는 그 장면에 관객들이 모두 소리 없이 같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
다른 가족 걱정하느라 정작 제 마음 힘든 것을 몰랐던 샤샤의 그 마음은 샤샤뿐 아니라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만나는 많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많은 성소수자들은 커밍아웃 하고 싶을 때 가장 걸리는 것이 부모님의 충격이라고 한다. 부모님은 자식의 커밍아웃이 갑작스러운 폭탄 같겠지만 당사자는 그 말을 하기 위해 태어나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간 고민하고 불안해하다가 어렵게 결정하고 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커밍아웃 후 충격으로 부모님이 화를 내거나 가족관계가 단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과 가족들을 걱정하느라 정작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겪고도 본인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미처 알아채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슬픔과 불안은 더욱 깊어지고 큰 병을 앓기도 한다.
비단 성소수자뿐 아니라 비(非)성소수자 청소년 또한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만큼 자식도 부모에게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 놀랍지만 사실이다. 어른 입장에서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 ‘제 한 몸이나 잘 챙기지’ 하는 생각이지만 그 사랑이 얼마나 깊고 애틋한가.
우리도 인생의 어떤 순간에 그랬던 적이 있으리라.
어린 시절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신에 대해 자괴감과 불안을 느꼈던 적이 있겠지. 그 마음의 연장선에 지금도 불안해하는 내면의 어린아이가 한 명쯤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말로 표현 못 하는 깊은 사랑을 가진 아이.
그러니 가족에게 미안해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아이에게 꼭 물어봐 주길 바란다.
‘너는 괜찮아? 네 마음은?’
샤샤는 결국 어떻게 될까?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상영시간 84분, 다큐이지만 극영화만큼 몰입도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