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 바람 되어’ 노래가 맑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로 흘러나오자 차마 눈물을 흘리지 못해 눈을 감는다.
매년 10월 넷째 주에 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서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일하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추모식이 열린다. 전국의 많은 순직 소방공무원들이 안장되어 있는데 전북 소방공무원들도 16분이 계신다.
그분들 중에 내가 직접 같이 근무한 동료는 군산 소방서에서 2012년 물탱크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순직한 故김인철 소방관, 2018년 구급활동 중 주취자에게 폭언·폭행을 당하고 순직한 故강연희 소방관, 2019년 태풍 링링 피해 현장 복구하다가 추락하여 순직한 故권태원 소방관이 있다.
그분들 모두 공적인 일에는 책임감이 강했고 사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너그럽고 즐거운 유머를 구사했던 사람이었다. 소방관들은 다른 사람들이 재난현장에서 대피할 때 그곳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위험한 것을 회피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데 그 본능과 다르게 행동해야 하기에 늘 긴장 속에서 산다. 그런데 사람이 늘 긴장하는 걸 느끼면 너무 힘드니까 어느 때부터는 긴장을 느끼는 민감도를 낮추고 산다.
비유하자면 화재경보기가 자주 울리면 시끄러우니까 벨 소리를 꺼놓고 사는 것과 비슷하달까.
그러다가 진짜 어느 순간에 몸과 마음의 긴장이 임계치에 다다르면 그때는 많이 아픈 거다.
소방관에게는 혈액암, 방광암, 폐암, 뇌종양 등이 많이 생기는 질환이다.
나만 해도 최근에 가까운 소방관 동료이자 나이가 같은 동갑 친구를 폐암으로 먼저 보냈다.
6개월 먼저 퇴직하니까 당신은 연말에 퇴직하고 나와서 퇴직자 친구들하고 여유롭게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자고 한 약속이 무색하게.
정신적인 트라우마도 말 못 하게 크고 빈번하다.
현장에서의 경험들은 차마 보통 사람들에게 다 말하지 못한다.
몇 년 전 국회의원 실에 자료로 보여줬더니 이런 기분 나쁜 걸 왜 보여주냐고 항의를 하더만.
‘그러게 글로 보기도 힘든 것을 매일 겪는 사람은 오죽하겠소.’
소방관들이 제일 힘이 날 때는 뭐니뭐니 해도 시민들의 응원과 감사의 말 한마디다.
출동차량에게 길을 양보해주고 현장 활동할 때 믿고 잘 따라주며 무엇보다 “감사합니다.” 말 한마디면 족하다.
그런 말을 듣고 나면 출동 후 다녀와서 기름과 오물로 범벅된 차량을 씻을 때도 보람이 가득하다.
사고로 인해 처참한 환자의 신체와 정신을 돌보느라 감정이 힘들고 작업복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 올 때 “고생하셨습니다.” 한 마디에 ‘그래 이게 우리 일이지’하며 다시 힘을 내는게 소방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