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알 24개-상하차 아무 때나~ 당일 결재’
‘당상 당/내착 가능 - 상하차 바로바로’
(당일 상차를 줄여서 당상, 당일 하차를 줄여서 당착, 내일 하차를 줄여서 내착이라고 해요. 당일 하차를 당하가 아니라 당착이라고 하는 건 당일에 도착이란 의미를 담은 당착이 발음도 더 듣기 좋고 뜻도 더 강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라고들 하시더라고요.)
화물 중개 앱에서 보는 공룡알 짐들은 이렇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설명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정말 좋은 조건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상하차 시간도 맞춰주고 심지어 운임도 미루는 법 없이 바로바로 주는 것을 강조하는 거 보면 아마도 차를 배차 받기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상·하차지가 대부분 구불구불 논길로 들어가야 하고 레고 손처럼 생긴 집게를 가진 지게차나 포클레인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2단 적재해야 하는 물건인 데다가 생각보다 무거워 카고 기사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공룡알의 무게는 한 개당 대략 0.5톤. 대부분 12개~24개를 상차하기 때문에 만약 도로에서 공룡알을 실은 차를 만난다면 얼른 피해서 가세요. 운행에 문제가 되지 않게 잘 결박했을 테지만, 공룡알을 실은 화물차는 차 무게까지 합하면 최소 20~30톤 정도 되는 고중량이기에 최대한 멀리 피해서 가는 편이 좋으니까요.
공룡알의 계절에는 화물 중개 앱 일 목록에 공룡알 일들만 줄줄이라 저에게 해당하는 짐을 찾기 위해 한참을 아래로 화면을 손으로 내려야 하는 등 꽤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카고 기사들이 많은 짐들 속에서 이걸 할까 저걸 할까 행복한 콧노래를 부르며 고민하시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저도 같이 흐뭇해집니다. 부러워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요!
요즘 경기가 침체되면서 올라오는 짐의 개수도 줄어들고 대부분의 운임비가 적게는 3만 원, 많게는 6~7만 원 가량 낮아진 것을 생각해 보면 공룡알에게 참 고마운 계절입니다.
이제 공룡알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으니 배추와 무 그리고 파의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곧 화물 중개 앱에서는 송파에 있는 가락시장의 짐이 많이 보이겠지요. 그리고 해남이나 목포에서부터 올라오는 젓갈이나 절인 배추 짐들도 슬슬 보일 때가 되었네요. 이제는 저희도 열심히 노 저어야 할 시기입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맛있는 농산물을 신선하고 안전하게 배송해 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