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새벽 1시. 상차하러 간 회사에서 반갑게 만난 얼굴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보통은 비슷한 시간대에 상차를 하시는 기사님들이 오시기에 매일 보는 얼굴들이지만 때론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어제와 오늘 안부를 물으니 누군가는 간밤에 혹은 최근에 있었던 사건 사고를, 또 누군가는 별일 없었다는 단조로운 답변이 돌아옵니다. 고속도로를 매일 다니며 사건 사고를 많이 접하다 보니 별일 없었다는 답변이 제일 반갑습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소식은 강렬하게 내린 첫눈이었습니다. 전라도에서 조금씩 내리는 예쁜 첫눈에 감탄하여 가는데 점점 거세지는 눈발을 보며 '이건 아닌데.'라는 오싹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더니 결국 생각지도 못한 많은 눈에 미쳐 준비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온 차들의 사고가 많아 아주 힘든 상행길이 되었거든요. 명절도 아닌데 7시간이 걸려 하차지에 도착한 기사님도 계셨고, 저희 차량은 빠져나가야 할 IC에서 트레일러가 꼼짝 못하고 멈추는 바람에 멀리 돌아 톨게이트를 빠져나와야 했답니다.
그날의 아찔한 운행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대화는
“식사는, 했어요? 밥 잘 챙겨 먹고 다녀요.”
“올라가면서 졸리면 꼭 잠깐이라도 자고 가야 해, 이번에 누구가 깜박 졸아서 사고 났잖아.”
늘 비슷하게 식사와 졸음운전에 대한 것입니다.
‘언제 한번 밥 먹자.’라는 말이 흔한 인사가 될 정도로 먹는 것에 진심인 우리나라 사람에겐 그저 흔한 인사 같지만 그 속에서 진심 어린 걱정과 염려가 느껴지는 건, 물건을 배송하다 보면 시간에 쫓겨 밥은 대충, 빨리빨리 움직여야 물건의 하차 시간을 맞출 수 있어 졸음을 참고 운전을 해야 하는 때가 많다는 걸 다들 알기 때문입니다.
"돈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식사를 거르면 몸이 상하고 졸음을 참다가 사고가 나면 더 큰 손해를 입게 되니까. 밥 잘 챙겨 먹고 졸리면 잠깐씩이라도 졸음쉼터에서 자고 가도록 해요."
순간, 내가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돈을 많이 벌고 많은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식다운 음식을 나에게 먹이고 지치지 않게 잠깐씩이라도 쉬게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야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나로 존재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리고 헤어질 때는 “운전 조심히 다녀와요.”라는 다정한 말로 인사를 건넵니다. 다음에 다시 볼 때까지 부디 무탈하게 지내라는 말 같아 다시 한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돌아서는 기사님을 보며 운전 조심히 다니시며 다음에 볼 때까지 큰일 없이 무사히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며칠 전 새벽 내내 간담이 서늘해서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던 날이 있었는데요. 다음날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모두 같은 마음이었던 듯합니다. 하루가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던 일이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은 기분에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고 주말 동안 평화로운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멋진 국민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안부를 묻고 싶네요. 오늘도 안녕하신지요. 밥 잘 먹고 잠은 잘 주무셨는지요. 오늘 하루가 부디 평안히 지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