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는 대학교에만 들어가면 뭐든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졸업 후 백수가 된 저의 감상은 이러합니다. ‘OMG’ 해결된 건 하나도 없고. 이제 학교라는 안락(안락하다는 사실도 방금 깨달았습니다.) 한 울타리에서 벗어나 저를 책임져야 할 때가 왔습니다. 제 특기를 몇 개 늘어놓겠습니다.
하나. 밥 빨리 먹기
둘. 잠 잘 자기
셋. 책 빨리 읽기(잘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넷. 방 더럽게 쓰기
안타깝게도 이걸로는 저를 책임질 수 없었습니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한 백수 생활 중입니다.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건 굉장히 무서운 일입니다. 월요일을 일요일로 착각하는 것만큼 무서운 일입니다. 친척 어른들의 눈초리는 따갑고, 뭔가 해야 할 거 같긴 한데 오래간만에 온 자유를 누리고 싶기도 하고, 근데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어렵습니다. 정답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또 아닙니다.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뭐든 쥘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일단 뭐든 쥐어보고자 합니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가 하나 있습니다. ‘겁이 나더라도 틀린 것은 없어’ 아이돌 세븐틴의 <9-TEEN>이라는 노래입니다. 틀린 건 없다는 마음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행운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여러분도 제 행운을 빌어주세요.
2. 금방 사랑에 빠진다는 것
21년 9월부터 24년 12월까지 한 사람과 연애를 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술을 왕창 마셨습니다. 술 마시고 전 애인에게 연락하는 짓은 하지 않았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마음을 쉽게 내줍니다. 세상은 이걸 ‘금사빠’라고 부릅니다. 이런 제가 싫지 않습니다. 금방 사랑에 빠지고 오랫동안 무언가를 아낄 수 있는 힘이 제겐 있거든요. 전 애인과 헤어지고 앓던 중 친한 선배 한 명이 제 마음에 들어옵니다.
선배와는 술을 자주 마셨는데, 헤어질 때는 항상 제 행복을 빌어주었어요.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행복해지면 좋겠다.”라는 인사말이 굉장히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뭐라 명명하면 좋을까요? 고맙다는 느낌도 당연히 드는데 어쩐지 두근거리고. 곤란한 느낌.
두 번 다시는 사람과 사귀지 않겠다고 다짐한 저는 ‘심심하니 짝사랑이나 해볼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선배의 생일 다음 날 고백을 하면서 깨지게 됩니다. 잃을 게 없던 저는(유일한 잃을 것: 선배와의 관계) 술을 마시고 귀가하면서 전화로 “나 어때?”라고 물어봅니다. 선배는 처음에 “좋은 후배지.”라고 답했어요. 재밌는 짝사랑이었다고 생각하던 찰나, 다음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좋은 여자지.” 놀란 저는 이것저것 선배에게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나랑 손잡을 수 있냐, 나랑 사귈 수 있냐, 우리 1일이냐. 제 질문 세례에 선배는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대답했습니다. 눈이 많이 내렸고,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가 저에게 눈을 떨어뜨렸어요. 차갑고 달콤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이 제게 떨어진 것 같았어요. 저에게는 새 연인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