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계절을 꽃으로 가늠하곤 했다.
추운 겨울 끝 매화 동백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를 거치며 봄을 느끼고 벚꽃과 라일락 아카시아꽃이 피는 것을 보고 여름을 준비하다가 백일홍과 단풍을 지나며 한 해를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소방서에서는 해마다 2월부터 봄철화재 예방과 산불 예방을 위해 주의를 기울이다가 4월 초에 해제한다. 그때가 산과 나무가 가장 건조한 때이고 4월 초가 지나면 대지에 수분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후 위기로 인해 봄 여름 순서 없이 한꺼번에 피는데 이제는 꽃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참이다.
산불 또한 예년에는 인명피해 없이 축구장 몇개 만한 면적을 태운 것만으로도 안타까와 했는데 점점 피해 면적이 넓어지다가 올해는 다수의 인명피해와 이재민 발생까지 이르게 되었다.
지구 나이 46억 년 중 호모사피엔스가 살아온 30만 년 동안 지구의 변화는 몇천 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지다가 최근 들어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사계절은 이제 없어지거나 구분이 불분명해져 계절을 표현할 때 앞으로 “지금 계절은 계절스펙트럼 1/5지점 쯤”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없던 일들이다.
사람은 대략 최장 100년 정도의 수명을 갖고 살고, 그중 초반 20년동안 세상이치라고 하는 것들을 유일무이한 진리인것처럼 배우고 산다.
그러기에 60살만 넘어도 굉장히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우쭐대기도 하지만 지구의 순환에 비하면 먼지보다도 작다는 걸 깨달을 때 급 쭈굴해 지기도 한다.
그간 배워온 것이 불변하는 진리인 걸로 알고, 몇십 년 동안 익숙한 세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다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맞게 된 혼란의 시간은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도 갖게 하지만 그게 후회만 할 일인가.
혼란의 시간이 지난 후 알게되는 깨달음의 시간은 후회와 혼란을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다.
살면서 겪게 된 크고 작은 변화를 돌아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2017년에 자식의 커밍아웃을 통해 큰 혼란과 혼란끝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기억이 있다.
나의 아들은 트랜스젠더 남성이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로서 트랜지션 마친 남성’이라고 한다.
처음에 든 생각은 ‘내가 여태까지 알고 살았던, 지엄하고 분명한 남·녀 이분법의 성정체성 그게 아니라고?’였다.
커밍아웃을 받고 난 이후 성소수자(퀴어라고도 한다)에 관해 공부하면서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 성정체성의 다양한 모습들과 이성애 혹은 동성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성적지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이 그냥 취향이나 선택이 아니라 당사자들에게는 타고난 본연의 모습, 절박한 생과 사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그간 내 문제가 아니기에 관심 갖지 않았던 나의 무신경과 안이함에 자괴감을 느꼈다.
성소수자는 어느 문화권이나 5%~10%정도 존재한다고 한다.
최근 미국의 어느 조사에서는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30%정도 라고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최소 5%라고만 추산해도 250만명 이상의 성소수자가 존재한다.
20명 중 1명이 성소수자인데 왜 우리는 주변에서 볼 수 없을까?
아마 주변과 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테다.
그런 성소수자 자식이 부모에게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알리는 것을 커밍아웃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고 벽장(클로짓)속에 살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고(커밍아웃) 비유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부모에게 커밍아웃하는 자식들은 전체 성소수자의 20%정도라고 한다.
성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이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일텐데 80%의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식의 정말 소중한 모습을 모르고 죽는 것이다.
이런 커밍아웃을 유지영 작가는 ‘자식이 부모를 지레짐작하지 않고 자신의 넓은 세계로 초대하는 일’이라고 한다.
부모를 사랑하고 믿기에 자식이 소중한 자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고 20%의 부모만 그런 선택을 받는 것이다.
물론 부모가 그 초대장을 받고 혼란에 빠질 수는 있겠으나 어떤 부모는 자신을 믿고 초대장을 건넨 자식의 넓은 세계에 동참하여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동안 익숙하나 경직되었던 자신의 세상 외에 또 다른 삶과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렇게 알게 된 후로는 이전의 세상이 얼마나 답답하고 작은 자아로 살아왔는지 덕분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부모는 성소수자인 자식을 ‘하느님이 내려 주신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말한다.
80%의 성소수자들이 이런 멋진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가 자식의 커밍아웃을 받은 후 충격을 받고 많이 힘들어하며 끝까지 이해를 못하거나 나아가 자신이 가족에게서 내쳐질까봐 두려워 해서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어떤 부모님은 자식을 앞에 두고 나에게 “이 아이가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부모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 가는 바 있지만 자식이 어떤 마음으로 커밍아웃을 했는지 또한 짐작하는 바가 있기에 겹으로 마음이 아팠다.
우주만물중 불변하는 진리는 “불변하는 것은 없다”라는 진리 하나뿐이라고 한다.
16세기까지 ‘지평선이 보이니 세상은 평면’일 것이라는 무지함으로 살았지만 이제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아는 것이 인류 진화의 역사이다.
이런 당연한 변화속에서 이번 5월은 특히 가정의 달, 우리가 생각하는 가정과 가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성소수자에게 갖는 낯설음, 막연한 불편함, 혹은 종교적 혐오감으로 인해 가족과 주변 사람에 대해 거리낌이나 차별의 시선을 가졌다면 이제 한 번쯤 과학을 공부해 볼 때다.
또한 이번 5월은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이 바뀌는 시작의 달이기도 하다.
5월 20일부터 재외국민 투표를 시작으로 6.3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많은 정책적 논쟁과 목소리속에 어떤 이들은 혐오와 갈등, 어떤 이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해와 감동을 목격할 것이다.
깊은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내 삶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사랑은 동사라고 한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고 맞추고 움직이고 반응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변화는 사랑의 시작이다.
나와 가족과 세상이 변화를 꿈꾸는 오월.
시즌2를 맞이하여 새롭게 시작하는 소다공장도 함께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