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은 세계적으로 프라이드 먼스로 기념한다. 퀴어퍼레이드라고도 하는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기원은 1968년 미국의 스톤월 항쟁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당시 뉴욕 그리니치 빌의 술집인 스톤월 이라는 게이바를 경찰이 단속하며 성소수자들이 격렬하게 맞서 경찰들과 대치하며 7월 2일까지 매일 저녁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그동안 경찰에 의한 모욕과 핍박, 그리고 사회에서의 차별과 멸시에 성이 난 다수의 성소수자들이 차별에 당당히 맞서고자 투쟁하였다.
1970년 6월 28일 스톤월 항쟁의 승리를 기념하고 성소수자로서의 자긍심을 드러내는 첫번째 프라이드 퍼레이드(Gay Pride marches)가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시카고에서 열리게 되고, 비슷한 형태의 행진이 다른 도시에서도 만들어졌다. 오늘날 이러한 퀴어퍼레이드를 비롯한 비슷한 성격의 행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여 매년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퀴어문화축제 혹은 퀴어퍼레이드라고 하는 행사를 6월에 서울에서 개최한다. 여느 문화축제처럼 여러 가지 행사와 부스를 설치하고 축제 참가자들이 시가지를 걷는 퍼레이드를 펼침으로써 대미를 장식한다. 퍼레이드의 끝은 소녀시대의 다만세 (다시 만난 세계)로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가 합창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다만세는 지난 12월 내란 이후 광장에서도 날마다 불리워서 나같은 사람도 같이 부를 만큼 세대 통합 합창곡이다. 혹자는 퍼레이드 참가자의 노출에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한국 퀴어퍼레이드의 노출은 얌전한 편이라고 한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이른바 “혐오세력”이라고 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극렬한 반대 집회이다. 그들은 축제장 앞에 엄청 큰 스피커를 설치하고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맞춰 발레, 국악기에 맞춰 부채춤을 추며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려고 애쓴다. 차이코프스키가 동성애자였음을 알고도 그러는지 궁금하다.
차이코프스키처럼 동서고금을 통해 유명했던 사람들 중에 성소수자가 많았는데 권위와 위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과 영향을 미칠수도 있지 않을까 얄팍한 기대를 해본다.
성소수자를 아직도 질병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와 1990년 세계보건기구, 2016년 세계정신의학회에서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사람들간 섹슈얼리티의 한 형태라고 분명히 말하였다. 트랜스젠더 또한 2018년 세계보건기구 및 2022년 세계정신의학회에서 질병이 아니고 단지 호르몬요법이나 성확정 관련 수술을 위한 “성별불일치”진단으로 분류가 개정되었다.
오히려 성소수자를 지나치게 혐오하는 감정을 “의학적 공포증”이나 “불관용적 성격장애”로 연구하기도 한다. 2018년 제1회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는 나도 내 아들과 함께 백주 대낮에 혐오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행사장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감금당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그들이 휘두른 주먹에 맞고 옷이 찢기고 안경이 부서졌다. 근처에 경찰이 있는데 방관했다. 내가 “저기 경찰이 있는데 뭐하는 짓이냐?”고 하자 그들은 당당하게 “하나님의 법이 사람의 법보다 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 일을 겪고 들은 생각은 ‘이런 세상에 아이들이 살고 있었구나, 나라도 싸워야지‘하는 생각에 열심히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장면들이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다큐 영화 <너에게 가는 길>에 나온다.
그런 혐오세력들이 몰려들어도 퀴어퍼레이드는 정말 재미있다. 나도 엊그제인 6월7일 올해 전국에서 첫 스타트를 끊은 대전 퀴어퍼레이드에 다녀왔다. 퀴어와 앨라이(지지자)들이 그날 하루만큼은 마음 편히 자신을 드러내고 마음껏 자긍심을 드높이는 행사이다.
2025년 대전 퀴어퍼레이드의 슬로건은 “사랑이쥬 - 광장에 나와, 너”이다. 로맨틱한 감정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 모두의 연대를 표현한 슬로건 아래 여러부스가 참석하였다. 성소수자부모모임 부스도 있었고 대표적인 행사인 부모들의 “프리 허그”시간이 되었다. 땡볕에도 프리 허그를 위해 줄 서 있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보며 마음이 일렁였다. 몇 년 전 처음 프리 허그를 할 때 나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자신의 부모들에게 지지받기 힘들테니 부모대신 위로의 마음으로 하는게 프리허그 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프리허그를 하기 위해 서 있으니 저 앞에서 당사자들이 눈을 반짝이거나 눈물이 그렁한 채 서있는데 그 눈빛이 마치 “나 여기 있어요” 하는 말이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나도 마음속으로 “알아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당신은 그냥 존재 그대로 당신이에요” 이 말이 내 입을 통하지 않고 그에게 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평소 MBTI 유형중 대문자 극T라고 알고 있는 내가 그런 감정의 일렁임을 온 몸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대전 퀴어퍼레이드에서도 프리 허그의 생생한 감동은 여전했다.
이제는 유사부모(!)의 입장에서 뿐 아니라 서로에게 다정한 마음으로 위로와 힘이 되는 프리허그가 참 좋다.
이번 주 토요일 6월 14일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인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린다. 2024년 서울 퀴어퍼레이드에는 역대 최대인원인 15만명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구적인 전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에서는 사회분위기가 좀 다르기를 바란다.
최근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혐오표현금지법’제정이 ‘성적지향’을 빼고 재발의 되었다는 소식이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갖고 응원하고 참여해주신다면 큰 희망과 기쁨을 만끽하며 차별없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프라이드 프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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