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참정권 획득의 역사
여성의 참정권이란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권리,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 권리이다. 오늘날 여성들이 행사하고 있는 선거에 참여하는 권리(투표권)는 당연히 주어진 권리가 아닌 오랜기간의 투쟁과 저항을 통해 쟁취해 낸 권리이다. 미국의 경우 오랜 투쟁을 거쳐 1920년에 여성이 투표권을 갖게 되었고(2024년 미국 여성 참정권이 헌법으로 보장된 지 104주년이 되는 해), 유럽국가 중 벨기에,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여성이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이다. 포르투갈, 스페인은 그보다 훨씬 뒤인 1970년 여성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식민지 시대를 겪은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국가의 독립과 민주주의의 도입 과정에서 여성들도 참정권을 얻게 되었다. 한국은 해방 후 1948년에 처음 실시한 선거에서 보통선거권으로 여성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짐으로써 여성들의 정치참여가 투표로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지난한 투쟁의 산물 : 여성참정권(투표권)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여성 참정권, 100년의 투쟁>을 보면 전세계 여성 대표성, 여성 참정권 운동 투쟁의 역사가 나온다. 수많은 여성들이 투표권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의 혜택으로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보편적 권리로서의 투표권을 자유롭게 행사하고 있다.
한국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임시 헌장을 발표할 때 제5조에 ‘남녀 불문하고 모두에게 참정권을 주는 보통 선거 조항’이 있었다. 식민지 시대에 행사하지 못한 참정권은 해방 후 1948년 첫 선거부터 19세 이상 여성 투표권을 보장하였다. 당시 국회의원 전체 200명중 여성의원은 단 1명이었고 오랜기간 여성의 정치참여는 보장되지 못한 상황에서, 2000년 정당법 개정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후보 중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하는 여성할당제 도입으로 여성정치인의 수가 점차 증가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은 여성정치참여율이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며 세계경제포럼 ‘2024 세계 젠더격차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국회의원 비율이 146개국 중 103위라고 한다(21대국회 19%, 22대 국회 20.3%). 더 많은 여성들의 정치진출과 제대로 된 투표권 행사가 여성들의 목소리와 대표성을 가질 수 있음을 다시한번 자각하게 한다.
성평등 정책이 왜 중요한가?
성평등 정책이란 여성의 권익 증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평등 민주주의’라는 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성평등 민주주의는 성별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고 성별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해 나감으로써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여간다는 이념이다. 성별 임금 격차와 돌봄 격차, 즉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낮은 임금과 가족에서 여성의 높은 돌봄 부담을 해소하는 일은 ‘차이’와 ‘차별’,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사회 정의의 수준을 높여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는 남성, 여성 모두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동등하게 기회를 누리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성평등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12.3 내란사태로 분노한 시민들의 광장의 힘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선거가 6월3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가 여성들에게 더욱 특별하고 중요한 이유는 성평등 정책의 확산과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임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요구의 핵심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여성대표성 확대’로 내각구성, 공공기관임원임용, 정당공천시 특정 성별 60% 초과금지등 성별균형을 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젠더폭력 근절, 성별임금격차해소, 성산업착취구조 해체, 환경정의실현 등 다양한 정책을 성평등 이슈로 제기하고 있다.**
혐오와 차별로 젠더를 지우고 여성을 배려하는 것처럼 포장하면서 여성을 배제한 ‘윤석열정부’에 분노한 여성, 특히 청년여성들의 요구와 목소리가 세상을 바꾸고 현 질서를 변화시켜야 함을 행동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광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여성 참정권의 역사는 여성들이 정치,사회,경제,문화등 모든영역에서 평등한 권리를 위해 싸워온 역사로 현재 진행형이고 계속되고 있다. 성평등과 민주주의 발전, 그리고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제기하며 미래를 향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 준다. 여성, 성평등은 정책이나 구호의 악세사리가 아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국가정책방향의 전환과 내란극복, 현경제위기타파들 다양한 의제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젠더갈라치기’, 정책에서 여성을 지우는 정치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성평등 공약’이 제시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여전히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성평등은 외면하고, 차별과 편견을 없애자면서도 차별금지법은 만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여성의 권리’를 넘어서는 더 나은 세상, 더 공정하고 평등한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해 중요한 요건이다. 성평등은 한 세대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오늘도 광장에서, 가정에서 일터에서 지역에서 투쟁하고 저항하면서 성평등한 세상을 향해 전진해 나간다.
여성 투표권!! 소중한 한 표, 성평등정책에 투표하여 민주주의를 완성시켜 나가는데 쓰이길 바래본다.
* 사실 이 글이 나가는 시점에서는 이미 대선이 치러져 좀 늦은감이 있는 글이 되었지만 독자분들께서는 단순히 이번 대선(선거국면)만의 문제로만 성평등의 이슈를 바라보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 ‘혐오와 차별을 넘어 성평등 민주주의 개혁을 위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젠더정책과제’를 여성단체에서는 발표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