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전히 여자축구에 대한 애정을 마음에 품고, 꾸준히 직관을 다니고 있어요. 최근 관람한 두 경기는 카메라를 챙겨가서 사진 촬영도 해봤습니다. 김나은이 여자축구를 외치고 다니더니 결국 '찍덕'이 된 것인가 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전문적(?!)으로 하려는 건 아니고요. 단지 호기심에 카메라를 들고 가봤다가 의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좋아하는 다른 선수들도 담아보려고 두 경기 모두 기록해봤어요.
그동안 제가 촬영해온 인물 사진은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1)인터뷰 현장, (2)의도된 스냅 촬영, (3)행사 기록 스케치, (4)일상의 순간 포착. 그런데 이번처럼 동적인 스포츠가 펼쳐지는 경기장에서, 그것도 관중석에서 사진을 찍는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느낌일지도 기대했습니다.
직접 찍어보니, 느낀 점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아, 내가 좋아하는 사진 스타일로 찍고 편집하여 자급자족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또 하나는 "뷰파인더로 경기를 들여다보니, 선수에게 더 반하게 되는구나."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이번 촬영을 하면서는 사진을 찍는 제 시선이나 카메라가 피사체에게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인터뷰나 연출된 스냅을 찍을 땐 가끔 그런 고민이 들곤 했거든요.
아마 이번엔 제가 상황을 통제하지 않고, 구도나 포즈를 만들지도 않은 채, 마치 일상처럼 흘러가는 장면을 포착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러 시도를 해보며 취향을 점점 알아가듯, 이번 촬영을 통해서도 또 하나를 깨달았어요. 저는 의도된 연출보다는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의 모습이 기록되는 인물 사진을 좋아한다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