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지쳐있을 때였어요. 졸업 후 찾았던 교수님의 작업실에서 듣게 된 “현민아~”라는 말이 그렇게도 좋았어요.’
작가는 이 말을 전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아이 넷을 낳고 키우며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하루가 십 년 같았을 그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누군가의 따뜻한 한마디가 작업을 다시 하게 되는 계기가 된 이야기는 내 마음에 공감이라는 이름을 붙여 살포시 앉았다.
2.
수년 전 경찰 조사를 받으며 외로운 싸움을 했던 시간이 있었다. 이만큼 긴 호흡으로 지나고 나니 웃으며 말하지만, 인간이 이렇게도 외로울 수 있구나 싶었던 나날이었다. 앞뒤 모르는 경찰은 모든 증거물을 A4용지에 보기 편하게 정리해서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지만 마치 내가 피의자가 된 듯 퉁명스럽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경찰차만 봐도 괜스레 자세를 다시 잡게 되는 내가 이런 범죄자 취급하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으니... 그 심경 이해가 될까.
누군가의 불합리함을 알렸고 제보자들이 나타나니 더 큰 책임감이 생겨 목소리를 낸 것이 오히려 역고소를 당했다. 눈에 핏대를 세우며 싸우기도 했지만 참 많이 외로웠다. ‘왜 그런 목소리를 많은 다른 사람이 있는데 너였어야 했냐.’ ‘너무 뻣뻣하면 언젠가 부러진다.’ ‘어떻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냐’ 등 나를 생각하고 걱정해 주는 가까운 사람들의 말이었지만 슬펐다.
A4용지에 그림파일로 메시지들을 담아야 하는데 방법을 정확히 모르니 몇 날 밤을 새워도 양이 너무 많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소식을 전해 들은 친구 녀석이 모든 자료를 usb에 담아서 달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녀석은 별말 없이 서류봉투에 A4용지 한 권 정도의 두꺼운 자료를 내게 전해줬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때 마음먹은 게 ‘앞으로 너에게 무슨 일이 있거든 무조건 네 편이 되어 줄 거야’다.
경찰과 함께 밥 먹으며 며칠 고생했던 그 일은 결국 기각이 되었고 혐의없음 처리가 되었다.
내가 생각 없이 뱉은 말과 행동이 낭떠러지에 있거나 꺼져가는 불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밧줄이요 등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