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편과 11톤 윙바디 화물차를 4년째 함께 운행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신문 배달, 우유배달을 해온 남편은 도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운동신경도 센스도 좋아 운전을 담당하고 있고, 한 번 간 곳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지리감이 좋은 저는 운송중계 앱에서 일을 수주하고 현장에 도착해서 상하차 상황을 파악하고 협의하고 세금계산서 발행을 담당하고 있죠.
서로 잘하는 부분이 극과 극이어서 같이 사업하기에 잘 맞는 파트너입니다.(안 싸우는 건 아닙니다.)
4년 전 남편과 함께 다니기 시작할 때 저를 보는 생경한 눈빛들이 많았습니다. 와이프분과 함께 다니는 분들은 몇몇 있었으나 대게 밖으론 잘 나오지 않고 조수석에 앉아 계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에 비해 저는 일 수주하는 전화도 하고 현장에 도착하면 여기저기 뽈뽈대고 돌아다니는 탓에 제가 있다는 것만으로 존재감이 큰지 가끔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싱하차지 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으면 늘 몇초 동안 말이 없습니다.
“여보세요~?”
“.... 아...”
여기까지 들었을 때 눈치 빠르게
“네 맞습니다~ 0000입니다.”
하면 그제야 상대방은 안도하는 목소리고
“맞죠? 0000 기사님이죠? 여자분이 받으셔서 깜짝 놀랐네요.”
하거나 일을 수주할 때는 제가 물류회사 여직원인 줄 알고 경계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남편과 다닌다고 말하면 놀라움과 그다음부터는 어쩐지 말투가 부드럽게 변합니다. '아~ 그러시구나' 하고요! 정기적으로 일하게 되는 업체를 만나면 현장에서 다른 기사님께 물어보기 어려운 부분을 저에게 물어보는 분들도 많으세요.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편한 감정을 느끼게 돼서 그런가 봅니다.
현장에서 만난 기사님들은 “내가 유튜브에서 보니까~ 화물차 운전하는 여자가 있더라고~”부터 시작해서 “사장님이네?”하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먼저 말 걸어주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어린데 심지어 여자가 화물일을 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면서 응원의 말들을 건네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4년이 지난 요즘에는 가끔 운전하는 여성 기사님들을 만납니다.(저는 아직 운전까지는 도전을 못 하겠던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저도 모르게 속으로 따봉을 외치고 응원하게 됩니다.
화물 일이 차 운전도 어렵고 현장도 거친 경우가 많은데 동료가 있구나! 우리 힘냅시다. 하는 마음으로요!
모든 운송업을 하시는 분들. 안전 운전하시고 적게 운전하고 운임 많이 받으세요!
어디선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차 속에서 이렇게 응원하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