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8일 아침, 월명공원에는 산들산들 벚꽃 비가 내렸습니다. 휘날리는 꽃잎들이 푸른 잔디 위에 사뿐히 내려앉으며 속삭였어요.
🌸
“군산으로 와! 여기 살 만해.”
벚꽃의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무렵, 나무 그늘과 함께 호수가 나타났어요. 이번에는 호수가 나지막이 말을 걸었습니다.
🌲
“군산으로 와! 여기 살 만해.”
호수를 돌아 동국사로 내려오면서 결심했습니다.
‘벚꽃과 월명호수를 믿어 보자!’
그해 5월 저는 군산 사람이 되었고, 자영업자가 되었습니다. 벚꽃과 월명호수의 유혹에 이끌려 완전한 자주권을 갖고 스스로를 경영하는 사람, 스스로를 고용하는, 독립 노동자가 된 것입니다.
자영업을 준비하며 물색없는 꿈들을 꾸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삼시 세끼를 여유롭게 먹자!’입니다. 그 무렵 밥 먹는 속도와 삶의 질 사이의 연관 관계에 대해서 자주 생각했어요. 그때마다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신선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만들고 화분에서 허브를 따서 완성하는 아침 샐러드, 맥주가 있는 점심, 해가 지기 전에 먹는 고슬고슬한 집밥...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우르르, 저녁은 야근하며 회사 규정에 맞춰 시켜 먹는 배달 음식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그러나 낭만의 유효기간은 벚꽃 개화 기간보다 짧았어요.
스스로를 경영하는 자영업자라는 단어에 몰두하면서 제가 잊은 게 있었어요. 바로 스스로를 경영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현실입니다. 영세 자영업자의 삼시 세끼는 무자비합니다. 아침과 점심은 허겁지겁, 저녁은 퇴근 후 폭식! 주변을 관찰하니 카페를 하는 A씨도, 소품점 B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인적이 많은 날도, 인적이 없는 날도 점심을 편안히 먹는 경우는 드물었어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다가오던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주인이 저를 유심히 쳐다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시선의 정체를 생각하며 두리번대다가 벽시계와 마주쳤습니다. 2시 10분! 식당에 들어온 지 10분이 지나지 않은 시간. 그때까진 저도 몰랐습니다.
제 점심시간이 10분이라는 사실을.
프랑스 직장인의 점심시간 100분
프랑스 학생들의 점심시간 120분
이탈리아 사람들의 점심시간 120분
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점심시간은 몇 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