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문을 연 책방은 저조차 낯설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책 소개 글을 적으며 시선을 종이에 두고 위태로운 하루들을 보냈습니다.
당시 제가 적은 글에는 당신의 글도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안아 주십시오. 2017년 5월 19일 노회찬 올림”
위 글을 <82년생 김지영> 책 곁에 적어 두고 오래 바라봤습니다. 82년생은 아니지만 폭폭한 삶을 견디는 자영업자에게 보내준 말이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안아주었습니다. 당신의 글 앞에서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82년생 김지영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안정을 찾아나갔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82년생 김지영>은 밀리언 셀러가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의 따뜻한 호소가 82년생 김지영들을 지켜내고 연결하는 큰 힘이 되었다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제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자영업자가 된 데에 당신의 말이 힘이 된 것처럼요.
당신의 말과 글은 언제나 간명합니다. 간명함에는 다정이 가득 차 있습니다.
“내 인생의 첫눈은 태어나서 처음 마주한 어머니 얼굴의 그 눈! 어머님, 건강하세요.”
[2009년 11월 3일 故노회찬 트위터]
“겨울이 군림하던 산하에 봄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동백나무 꽃망울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고 매화나무 가지에는 이슬처럼 봄이 탱글탱글 맺혔습니다.”
[2018년 3월 3일 故노회찬 트위터]
‘그 무엇도 하찮지 않다고 말하는 마음이 시’**라면 당신의 말과 글, 당신의 깊고 넓은 삶은 한 편의 시입니다. 그런 이유로 당신이 6411 버스 노동자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들이 당신에게 활짝 핀 꽃과 같은 미소를 보냈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에 먼저 도착한 당신, 오늘 밤 당신은 누구를 위한 시를 쓸까요? 당신이 있는 곳은 평등과 공정을 위해 별이 된 사람들이 모여 글을 쓰고 시를 읊을 거라 감히 상상해 봅니다. 비록 지금은 멈추어 있지만 언젠가 저도 그 별에 뚜벅뚜벅 도착하겠습니다.
**<시와 산책>(한정원 지음. 시간의 흐름 출판사)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