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국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의 출판가, 서점가 분위기를 전합니다.
기: 기쁨과 환희
10월 10일 수상 소식을 듣고 전주의 A 서점, 파주의 B 서점은 너무 기쁜 마음에 거래처에 한강 작가의 책을 주문합니다. 저는 너무 기쁜 마음에 책방에 남아 있는 한강 작가의 책을 모아 기념사진을 찍고, 밤새 채식주의자를 읽습니다. 책을 주문할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승: 전화 문의+책 주문
수상 다음 날 오전부터 한강 작가의 작품을 찾는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합니다. 마리서사의 재고 10여 권은 오전 중에 모두 판매됩니다. 모든 거래처의 재고는 0!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 출판사는 인쇄소를 풀 가동합니다. 여기에 기대를 걸었지만, 얼마 후 교보문고는(교보문고는 오프라인 서점, 온라인 서점, 책 도매상의 업무를 겸하고 있습니다.) 동네서점 주문 사이트의 ‘재고 0’을 ‘주문 불가능’으로 바꾸고 주문을 막기에 이릅니다.
전: 좌절
한강 작가의 책이 100만 부 판매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옵니다. 온라인 서점, 심지어 쿠팡에서도 한강 작가의 책을 판매합니다. 그러나 동네책방은 책을 주문할 수조차 없습니다.
10월 16일 동네책방과 직거래 시스템을 갖춘 문학동네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흰> 주문을 재개합니다. 여러 서점이 골고루 주문할 수 있도록 하루 주문 수량을 제한하였고, 서점들은 이를 지켜가며 수혈을 받습니다.
결: 소심한 복수
동네책방들의 항의가 거세자 북센 도매점에서 책을 보내옵니다.
<소년이 온다> 3권, <채식주의자> 10권.
동네책방에 책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창비와 문학과지성사가 몇몇 도매점에 책을 공급합니다. 마리서사가 거래하지 않는 도매점입니다. 주문 방법을 고민하다가 그중 한 곳에 방문해서 책을 사 옵니다. 택배가 되지 않고, 100% 선불만 가능합니다.
전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소심한 복수를 생각합니다. 매우 중요한 시기에 도매점의 역할을 접고, 온오프라인 서점의 역할에 집중한 항의의 표시로 이날부터 교보문고에 책을 주문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다음 날부터 교보문고에서 한강 작가의 책이 도착하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교보문고에서는 주문하지도 않은 한강 작가의 책이 도착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마리서사에는 한강 작가의 책이 매우 많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온 나라가 기뻐하는 이 시기에 작은 책방의 서점원들은 책방의 현실과 출판 유통의 부조리함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