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예쁘고 화려한 옷을 입고 와서 쓰러질 정도로 웃다 가줘.”
나에게 이런 부탁을 들었다면 그 사람은 내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 영정 사진은 까불면서 찍혔던 것 중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오는 못난이 사진으로 부탁해.”
내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건네는 부탁이다.
20년도 더 된 듯한 이런 웃음 섞인 부탁이나 말은 사실 진심이다.
감사하게도 건강하게 50년을 넘게 살아와서인지 죽음 후의 모습은 그저 ‘웃긴? 내가’ 사라져 못 보는 게 아쉬운 생각만 하면서 배꼽 빠지게 웃다 갔으면 하는 생각을 아니 욕심을 부리며 살고 있다.
언제 내 사람들과 이별을 할지 모르니 지금부터 하루에 한 사람씩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없는 식장에 와서 본인에게 준비된 편지를 하나씩 받아들고 식사를 하게 해야지. 참! 그냥 식사는 재미없으니 생전에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이 무엇인지 맞추는 사람에게만 순두부찌개를 제공하는 것도 좋겠는데.
평소 너무 무겁지 않게 생각하는 나의 장례식장 모습이다.
이런 내게 최근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이렇게나 큰 걸 보면 최근에 생긴 게 아닐 텐데... 왜 이렇게 키워서 왔어요?”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서는 나무라는 듯 말씀하셨다.
많은 여성들의 몸, 난소에 혹이 생겼다가 생리를 하면서 없어지기도 하고, 정기검진으로 작은 혹이 발견되어 간단하게 제거하기도 한단다.
“보통 난소 크기가 2에서 2.5센티미터 정도인데 채선경씨의 경우 17센티미터이고 크기가 너무 커서 초음파상으로는 시작점이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네요. 사실 열어보면 20센티미터가 넘을 수도 있겠어요”
내 배 안에 20센티미터 정도의 공이 자리하고 있단다.
큰 병원으로 가보라며 의뢰서를 받아 병원을 나서는데 평소 생각했던 나의 장례식장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내 계획에 병원 장면은 없었는데... (웃음이 났다.)
지방의 대학병원에서는 크기가 너무 커서 개복수술을 하자고 한다.
복강경 수술을 여쭤보니 수술 중 건드려 복막염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서울 쪽으로 예약을 했고 드디어 내일 가보려고 한다.
마른 몸에 똥배가 나온 것처럼 아랫배가 볼록해서 불편함이 있는 것 빼고는 아직 나는 괜찮다.
수술은 해야 한다고 하니 시간이 나는 대로 체력을 키우려 걷고 오르고 잘 먹고 있다.
좋은 소식도 아니고 굳이 이런 자세한 내용으로 이번 글에 올리는 이유는 올해 오십하고도 둘인 내가 한 번도 하지 않은 게 건강검진이다. 난소의 혹을 키우지 않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6번이나 있었는데 그것을 자의적으로 무시했었다는 말이다. 혼자라는 이유로 돌봄의 의미에 무게를 두지 않고 살아온 것 같다. 혹여 나처럼 건강검진을 홀대? 하는 분이 계신다면 그러지 마시라 말해주고 싶다.
갑작스레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게 되려 내게 에너지가 되고 있다.
훗날 영정사진에 올라갈 사진을 위해서 더 웃기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내가 준비한 편지를 모두 다 받아 가기를 바라는 생각.
좋아하는 음식을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알려서 그들이 꼭 밥 먹고 가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병상에서가 아니라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다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요즘 나를 움직이게 한다.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