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에게서 흥미로운 질문을 듣게 되었다.
“월요병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몇 년 전, 직장에 다닐 때 가장 힘들었던 날은 단연 일요일이었다. 다음날부터 무려 5일간! 직장에 나가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할 때마다 벌써부터 피곤이 몰려오는 기분이랄까.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게 싶은 게 마치 병에 걸린 것과 같은 기분이 들어 무려 월요일에 병이라는 말이 붙어 월요병이라는 말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그 병을 없앨 수 있는 방법? 내가 내놓은 웃지 못할 대답을 뒤로하고 지인분께 내놓은 대답은 바로 “택배를 시키는 거요. 월요일에 도착할 수 있게 주문하면 돼요.”
뒤통수를 통~ 하고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바로 택배가 월요병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니! 그렇지. 우리는 늘 택배 온다는 배송 예정 문자메시지에 설레거든! 회사 가는 일이 즐겁지 않고 택배로 설렘을 끌어와야 하는 ‘웃픈’ 방법이긴 하나 생각해 보면 일요일 저녁 얼마나 설렐까 싶다. 내일 얼른 가서 그 택배를 받아서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 가는 길이 꽤 즐거울 것이다.
그녀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처음 택배 짐을 했었던 기억이 났다.
첫 택배의 기억은 아주 강렬했다. 초보 화물이 시절. 예정에 없게 경기도로 급하게 올라오는 물건을 회사의 부탁으로 갖다주게 된 적이 있었다.(당시 밤 운전은 무섭기도 하고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서 위험할까 봐 하지 않았다.)
물건을 하차한 후 다시 전라도로 내려와야 하는데 밤 10시가 넘은 시각. 내려오는 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 기다리다간 그곳에서 밤은 꼴딱 새거나 아침에 돼서야 일을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결국 회사에서(당시는 회사 소속이었다.) 택배를 한번 들어가라고 짐을 잡아주었다. 그때 당시에는 남편의 운전 실력이 아주 부족하던 때여서 차가 많은 곳을 가기 꺼렸는데 밤 10시가 넘은 시각. 다른 짐을 잡기에는 짐이 없었고 언젠가는 해봐야 한 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름의 흥분을 갖고 택배회사로 갔던 기억이 난다.
회사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접안 요청 전화를 받고 22번 도크로 향했다. 22번 도크라.. 설마 1번부터 22번까지 도크가 있으려나. 그렇다면 22대나 차가 있다는 말인가! 설마설마하는 마음과 부디 회사 부지가 넓어서 차를 돌리거나 주차하는데 부담이 없기를 그렇게 바랬지만.
맙소사. 그동안 택배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얘기를 들은 터라 알고는 있었지만 이건 뭐 거의 아수라와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눈으로 대충 보기에도 100대가 넘는 윙바디 화물차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간간이 트레일러 차도 보였다. 문제는 부지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만의 질서가 있기는 했으나 들어오는 차와 나가는 차의 간격은 아주 아슬아슬했고 여기저기에서는 차량을 통제하는 소리 위험을 알리는 경고의 빵 소리! 순간 패닉이 왔다.
맙소사. 이건 아니다. 여긴 우리가 아직 들어와선 안되는 레벨의 짐이었다. 게임으로 치자면 아직 한참 레벨이 부족한 캐릭터로 왕을 깨러 왔으니. 될 리가 만무하지. 하지만 이미 들어왔고 차는 뺄 수 없고. 여기에서는 무사히 빠져나가야 한다. 그저 나가는 것만이 오늘의 할 일이라고 되뇌며 서늘해진 간담을 부여잡으며 22번 도크로 향했다. (아마도 남편의 간은 이미 사라지고 없어졌을 터이다.)
요리조리 차를 넣어보려고 했지만 좁은 공간에서 12m나 되는 기다란 차를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이를 눈치챈 교통정리 요원의 차량 통제와 화물 어린이라는 점을 눈치챈 기사님들의 많은 배려에(그 어떤 차도 우리에게 빵빵 클랙슨을 누르지 않았다.) 무사히 차를 접안하고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아직 헤쳐나갈 길이 많지만 어쨌든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접안 후에 기다란 롤과 함께 두세명의 직원이 차 안으로 들어갔고 통통통- 택배 상자를 쌓는 소리가 들렸다. 무사히 접안은 했으나 언제 끝날지 몰라 잠도 못 자고 제대로 쉬지 못하는 택배 초보에 비해 옆 차 기사님들은 익숙하다는 듯 여유롭게 식사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듯하고 커튼을 치고 주무시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베테랑이구먼!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처음인 나는 그저 무시동히터도 없이 그 추운 1월 달달 떨며 침낭 하나에 의지해서 언제 끝날지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후에 바로 무시동히터를 바로 설치했다.) 3시간 반이라는 긴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끝이 났다는 신호를 받았을 땐, 해냈다는 기분에 어찌나 뿌듯하던지!
택배회사는 워낙 차도 많고 사고도 많기에 회사 내부에서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통제하고 화물기사도 차에서 내리는 걸 통제하는 편이라서 어떻게 쌓았는지 볼 수 없지만 그날 택배가 끝나고 우리 개인 물품을 넣고 뒷문을 닫기 위해서 나가서 물건이 실린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칸딘스키의 그림이 빼곡히 그려진 하나의 도화지 같았다. 어쩜 그렇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틈 없이 빼곡히 쌓을 수 있는지 그들의 능력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그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해 사진이라도 찍어두고 싶었으나 어차피 보안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당시 빠져나가야 한다는 미션을 클리어해야 하기 때문에 아쉬움만 가득했다.)
그 한 번의 경험으로 단숨에 화물 경험이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어디 가서 화물 해봤다 소리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듯했다.
3년이 지난 지금 택배회사의 상차 환경도 많이 달라져 회사 부지 내에 100대의 차가 대기하고 지나칠 일도 통제요원의 일사불란한 지시로 고성방가가 오갈 일은 사라진 듯하다. 그리고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 부부도 택배쯤이야 뭐 휘파람불며 뒤로 접안하고 상차시간동안 여유롭게 밥도 먹고 잠도 자는 베테랑까지는 아니어도 중테랑까지는 간 듯하다.
꽤나 익숙해진 택배 짐이지만 아직도 긴장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바로 상차를 마치고 목적지로 출발하는 시간이다.
회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상차가 끝나고 출차를 할 때 어떤 곳은 한 번에 20대가 넘는 차가 다 같이 출차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곳은 끝나는 차마다 따로 출차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에 모든 차가 출차하는 경우 1번 도크부터 확인받고 자물쇠를 채우고(도난방지) 줄줄이 출차해서 택배회사 도로를 한 바퀴 돌아 쭉~ 나가는데 그 모습은 마치 자동차경주 위 출발을 준비하는 레이서와 비슷하기도 하고 전장에 나가는 비장한 마음을 갖고 출발하는 장수들의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 든다. (아직 화물 어린이라서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