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드는 것 같지만 결국 마지막 껍질 부분에서 덜 잘리거나 안 잘려서 힘을 써야 하는 무딘 칼이 답답해 새로 구매한 칼로 토마토를 자른다.
칼날의 앞꿈치 뒤꿈치 할 것 없이 너무 잘 든다.
못 자르는 게 없고, 갖다 대기도 전에 잘리는 기분이다.
된장찌개에 양파 하나면 되는데 두 개를 자르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손에 상처가 는다.
나도 모르게 예리한 칼날에 자꾸 손을 베니
무딘 칼이 생각난다.
덜 예리하고 답답할 때 있지만 그것처럼 편한 게 없다.
안개 자욱한 인생의 길을 걷다 보면 툭툭 튀어나오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언어, 행동, 표정들에 아플 때도 있지만 묵묵히 있어 주는 무딘 그들, 그곳, 그것 때문에 안도감이 든다.
결국 돌아갈 무딘 날이 있으면 된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혹여 날카로움이 있어야 한다면 이왕 그 안에 따습고, 편안함이 자리하고 있으면 너무 좋겠다.
깨지고 금 간 애착 그릇이나 컵이 있다면 버리지 마세요.
볼수록 마음이 가는 작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답니다.
저는 마모된 색색의 유리 조각을 붙이고 시멘트를 개어 마무리했어요.
물 마시던 컵, 조연에서 아름다운 캔들 홀더 역할인 주연으로 인생 역전된 샘이죠!
*‘어떻게 할 줄 몰라 빼다지에 맡겨봐야겠다’ 싶으신 분들은 제가 많이 환영합니다?
(빼다지는 ‘서랍’이라는 의미로 제가 운영하는 유리공방입니다.)
대지에 서다
2025.5.12. - 6.1.
군산이당미술관
자연을 바라본 작가의 시선을 엿보세요.
🤹나비 | 레인보우 심리코칭&소방인권센터
🦖나은(편집자) | 우만컴퍼니
🌲현주 | 마리서사
책방을 하기 전에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었다.
⚒️선경 | 빼다지
🐱상미 | 전국에 바삭함을 전하는 화물 기사
월명동 여성 활동가와 상인이 전하는 소소하고 다양한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