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주 날씨가 쾌청한 토요일이었습니다. 더운 듯 시원한 듯 구름 없는 맑은 하늘이 보이는 날이었습니다. 고속도로는 여느 주말처럼 이른 아침부터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들로 버스와 승용차들이 가득 차 좀처럼 속도를 낼 수 없었습니다. 특히 경부 고속도로는 서울에서부터 경기도와 대전, 논산 방향으로 가는 차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기에 주말이 되면 아주 이른 아침부터 차들이 가득 찹니다.
슬금슬금 속도를 내지 못하고 가고 있는데 옆 차선에 스윽 화물차가 한 대 오더니 창문을 내리고 저희에게 손짓했습니다.
‘무슨 일이지..?’ 순간 느낌이 싸~해집니다. 운행 중에 옆 차가 창문을 내리고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대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차에 문제가 있다는 건데...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왜지 뭘까. 윙이 다 안 닫혔나 아닌데 내가 확인했는데.. 뒷문이 헐거운가 아닌데 블랙박스로 봤을 때 잘 닫혀있는데.. 옆에 달린 바가 덜렁거리나 호달달달’
지잉~ 창문을 내렸습니다. 속으로 외쳤습니다.
‘기사님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제발 별일 아님을 알려주세요.’
“브레이크등 나갔어요~!”
오마이갓.
차 높이가 4m나 되는 윙바디 화물차에 브레이등이 나갔다는 건 큰일입니다. 차에서 운전하는 시선은 매우 높기에 도로에선 멀-리까지 시야 확보가 가능합니다.
(앞에서 사고가 나면 승용차를 탔을 때는 도대체 앞에 무슨 일이야 싶지만, 화물차를 탔을 때는 사고가 났는지 공사를 하는지 보이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화물차 뒤에 오는 승용차는 커다란 벽 뒤에서 따라오는 듯한 기분이 들 겁니다.
(그러니 도로에서 화물차를 만난다면 안전거리를 좀 더 벌려서 운전하시는 게 좋습니다. 안전을 위해서요!)
저희 뒤에 따라오던 차들은 가뜩이나 시야 확보가 안 되는 상황에서 혹여라도 급정거하게 되었을 때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거든요. 앞선 차량이 브레이크등이라든지 전혀 낌새가 없었는데 갑자기 멈추었으니 쿵.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주말 고속도로라 차가 많아 다들 천천히 가던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매일 주유할 때나 올라가는 짐을 실을 때 차를 둘러보며 특이사항이 있는지 살펴보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아니면 오늘 갑자기 등이 나갔을 수도 있고요. 가다가 이를 발견하고 알려주신 화물차 기사님 덕분에 그날 하루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비상등을 켜서 뒤에 따라오는 차량에 상황을 알려주고 브레이크등은 당일 일과가 끝나고 바로 수리를 했답니다.
도로 위에 있다 보면 이렇듯 다른 분들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답니다. 도로 위의 동료의식이랄까요. 모두가 무사히 오늘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으니까.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운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적게 운전하시고 운임 많이 받으세요.)
🍅🍅🍅🍅🍅오늘의 착한 일.
새벽에 경기도로 올라가고 있는데 뒷바퀴에서 약간의 불꽃이 일어나는 화물차를 발견. 깊은 새벽 시간이라 다행히 앞뒤로는 차가 없음.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대로 두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얼른 옆 차선으로 가서 옆 차와 속도를 맞춘 뒤 손을 약간 내밀어 위험 상황임을 알리고(어두워서 창문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저를 볼 수가 없거든요) 옆 차 속도를 늦춘 다음 목이 터져라 알려 드림.
“사장님~!! 뒷 축 바퀴 쪽에서 불꽃이 일어요!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다행히 바로 앞이 휴게소라 휴게소로 들어가는 화물차를 보고 왔답니다.
부디 별일이 아니기를 바랄게요.
안전운전하세요!
아따 뿌듯하고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