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지난 번 뉴스레터를 통해서 집에서 사부작거리고 있다는 이야길 드렸었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집에 있기 위해 노력하며 사부작사부작 재미를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오늘 꺼내 볼 이야기는 ‘더위’입니다. 한풀 꺾였나 싶었던 더위가 기승을 부려 다시 너무 뜨거운 매일을 보내고 있죠. 아직 처서가 지나지 않아 이리 더운가 싶은데 날이 너무 덥다보니 처서매직도 이젠 옛말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이 메일을 보는 시점엔 처서(8월 23일)가 지났을 텐데 어떤 가요. 그곳은 좀 시원한가요? 아직은 믿음을 버리지 않아도 될까요?
주택살이를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 끝에 포기했던 것이 단열입니다. 보통 주택의 단열이라 하면 겨울 외풍을 막기 위해 집 내부에 한 겹의 벽을 치는 일이죠. 이렇게 하면 더위도 쉽게 들어오지 못해서 여름도 비교적 시원해 집니다. 하지만 저는 집이 가진 그대로의 멋을 살리고 싶어서 (미닫이 문과 천장 등) 단열 작업을 포기 했고, 초기엔 심지어 에어컨도 없이 지내보겠다고 선풍기만 샀더랬죠.
단열을 하지 않은 주택살이를 얕봤던 저는 첫 해에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1층에 에어컨을 들였습니다. 그래도 버텨보겠다고 2층엔 설치를 안 했는데, 결국 여름 동안엔 1층에서만 지내고, 가을이 되서야 2층에 올라가는 집을 반만 쓰는 어리석은 일을 벌였답니다. (더위, 추위와는 싸우면 안됩니다. 골병 들어요.)
하지만 인간은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죠. 올해도 2층은 에어컨 없이 버텨보겠다고 시작했는데, 올해의 여름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힘들었습니다. 모든 체력과, 에너지와 의욕이 0이 되어버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 버리는데 이렇게 계속 지낼 수 있을까 싶더라구요. 속절없이 녹아 내리는 몸을 추스르기 위해 2층에도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에어컨을 켜는 순간 열렸던 신세계는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대체 그 동안 어떻게 없이 살았던 걸까. 진작 설치 했어야 했는데 싶더라구요.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더위는 정말 말그대로 살인적이었어요.
돌이켜보면 서울에 살 땐 에어컨 바람 춥다고 감기 걸린다고 여름에도 긴 팔에 긴 바지를 입고 다녔습니다. 집을 나오면 5분 거리에 지하철이 있고, 지하철로 이동해 회사까지도 도보로 5분 내외로 걸었던 지라 외부보다는 내부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서 여름에도 추위를 탔었지요. 이게 얼마나 호사스러운 삶이었는지. 게다가 그렇게 내부에서만 지내니 얼굴이 탈 일도 없어서 원래 안타는 체질인 줄 알았는데, 웬걸 군산의 태양은 저를 아주 노릇노릇 잘 구워줍니다. 새삼 지역의 삶이, 자차 없는 삶이 이렇구나 하는 걸 보게 되기도 했지요.
심지어 올해는 반바지를 샀어요.
그게 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전 반바지를 입지 않거든요. 여름에도 긴 바지이고 여름 잠옷도 긴 바지를 입어서 다리를 내놓고 다니는 것이 너어어어무 어색한 사람인데, 올해는 너무 더워서 견디기 힘들어서 바지라도 걷고 다녀야겠다 싶어서 반바지라는 걸 처음 사봤네요. 너무 시원하고 좋더라구요. 물론 에어컨 찬 바람이 싫은 건 여전해서 반바지 입을 땐 긴 팔입니다.
올해가 앞으로 겪을 여름 중에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이 여름을 어떻게 견디고 버텨야 할까요? 더위라는 게 도무지 이겨지지 않고 단순히 더운 걸 넘어서 일상생활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걸 지혜롭게 넘길 해법이란 있을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옷이 더 짧아지고 얇아지는 걸 넘어 뭔가 나름의 여름나기 묘책이 있을지 찾아봐야겠어요. 다들 여름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 유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