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여러형태로 이루어진다. 보편적인 혼인, 혈연외에 입양을 통해서도.
입양은 보통 미성년을 많이 생각하는데 친생자입양(양자를 양부모의 친생자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갖게 하는 입양)도 있고 성인입양도 있다.
친생자 입양은 얼마전 모 개그맨의 파양이슈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에 비하여 성인입양은 2015년에 민법개정으로 가능해졌기에 아직은 생소하다.
성인입양은 미성년입양이나 친양자입양과 달리 친생부모와의 관계가 유지되며 새로운 법적관계가 추가되는 관계이다. 쉽게 말하면 부모란에서 친생부모를 삭제하는게 아니라 양부모를 추가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성인들끼리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며 친생부모의 동의가 필요한데 재미있는 점은 친생부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의를 거부하거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법원에 부모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 청구를 하여 입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입양의 당사자들(양부모와 양자)이 성인이고 그들의 합의가 우선이기에 그런 것 같다. 법적 권리와 의무를 보자면 상속권, 부양의 의무등이 친생자와 같다.
성인입양의 목적은 재산상속이나 가업승계 기타 관계 공식화(계부모/자식, 위탁부모/자식)등 여러 이유가 있다. 양부모와 자의 나이가 하루 차이만 있어도 입양이 가능하다.
그래서 최근 대두되는 문제인 돌봄에 있어서도 유용한 제도이다.
사람은 누군가와 서로 의지하거나 같이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입양도 한다. 이런 관계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관계이다. 상속이든 부양이든.
하지만 꼭 법적으로 보호받는 혈연이거나 혼인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과 같이 살 수 있다.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서로 마음이 통하고 생활양식이 잘 맞고 상대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있다면 오래 함께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의 ‘시민연대계약’ 같은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속이나 부양과 같은 법적보호를 위해서는 ‘가족’이라는 틀을 요구하기에 성인입양 제도가 유용하다.
비혼, 비출산 혹은 나이 들어 혈연 관계의 가족이 멀어지거나 세상을 떠났을 때 혼자여서 겪는, 죽음보다 무섭다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쓸모있는 제도이다.
얼마전에 나는 성인입양 신고를 위해 시청을 찾았다.
내 아들과 아들을 입양하고자 하는 입양모가 합의하여 성인입양을 원했고 내 아들의 친생부모인 나와 아이의 아빠가 흔쾌히 동의하여 서명하고 작성한 서류를 접수하기 위해서였다.
법적 신고자인 아들과 입양모 두 사람 다 서울에 직장이 있어 주중에 직접 방문하기 힘들기에 나는 제출자로서 첨부서류를 모두 챙겨가지고 갔다.
그런데 혼인신고보다 쉽다는 성인입양신고를 나는 두차례나 거부당했다.
첫 번째는 신고서에 있는 동의자란에 친생부모의 동의여부를 본인이 직접 오거나 서명의 경우 본인서명사실 확인서(인감증명과 동일한 효력 발생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입양신고서의 첨부서류란에는 본인이 오지 않을 경우 인감증명등 본인확인서류에 신고자(입양부모,양자)만 기재되어 있고 동의자는 기재되지 않았다.
그가 제시하는 가족관계등록예규 제600호 어디에도 그런 문구는 없었다.
하지만 동의자의 서명만으로는 동일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담당계장의 일방적인 해석으로 인해 접수를 거부당했다.
이 신고는 첨부서류만 갖추면 우편으로도 접수할 수 있고 접수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렇게 “서식에 없는 첨부서류를 갖추라는 이유로 방문접수를 거부한다면 우편접수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반려시키겠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성인입양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 업무에 미숙하여 꼼꼼히 따지고 늦을 수는 있으나 이건 너무 심했다.
이야말로 권한밖의 행위를 함으로써 민원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분명한 갑질행위’였다.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여기서만 처리할 수 있는건데 거부당하면 답답한 것은 나 아닌가.
담당계장이 나중에는 법원위임사무라서 시청에서 접수해도 법원에서 안해줄거라며 법원 핑계를 대기까지 하여 내가 법원에 가서 문의했다.
법원에서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해했다. 법원 계장은 내 항의가 맞으나 같은 공무원인 시청 직원이 잘못했다고 말 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곤란해했다.
그래도 중간에서 조율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법원계장이 나에게 “일단 시청에서 서류를 접수시키고 시청 담당계장이 원하는 서류를 보완해주면 어떠겠냐”고 제안했다.
나는 정말 필요없는 서류라고 생각하지만 을의 처지에서 어쩔수 없이 그러겠노라고 하였다.
하지만 중재하려고 하는 법원계장의 전화에 시청계장은 “선 접수후 서류보완은 안된다. 서류가져올 때까지 접수를 거부하겠다”고 답변하였다.
오히려 법원계장이 황당한 표정으로 뭐라고 말을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정리했다.
“시청계장이 처음에는 법원 핑계를 대었으나 사실은 본인이 한 말에 대한 고집을 꺽지 않는 것 같으니 법원에는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고.
시간이 촉박하여 아이 아빠와 만나 다시 본인서명 사실 확인서를 작성하여 시청으로 갔다.
그러나 두 번째 접수거부.
이유는 인감증명이 아닌 ‘본인서명사실확인서’로는 안된다는 것.
그래서 입양모와 친생부는 신고서에 ‘서명’했으므로 ‘인감증명’이 아니라면 공증사무실에 가서 ‘서명공증’을 해와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인감증명과 본인서명사실확인서’는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행정안전부에서 유튜브까지 찍어가며 홍보를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자 시청계장은 무조건 ‘인감증명 아니면 서명공증’만 된다는 것.
지금까지 자세로 보아서는 자신의 말을 바꾸지 않을테니 두 번째 접수거부를 당하고도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
다시 아이 아빠를 만나 인감도장 새로 새기고 인감증명 다시 떼고 실물 신분증까지 받아오고, 입양모와 함께 목요일에 시청 방문하여 겨우 서류를 접수했다.
금요일이 광복절 휴일이고 토요일 장기 해외출장을 떠나야 하는 입양모 일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목요일에 연가내고 서울에서 군산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이렇게 시간·돈·에너지를 낭비하고 만약 접수를 거부당해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입양신고는 목요일 접수하고 근무 익일인 월요일에 처리 되었다.
원하는대로 성인입양이 되었고 계획대로라면 축하파티를 해야 할텐데 파티에 앞서 나는 먼저 할 일이 있었다.
이 건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갑질피해민원신고를 넣었다.
나의 요청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잘못된 점에 대해 담당자에게 적절한 문책 및 시청의 재발방지 교육’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된 사실, 국민신문고는 접수된 서류에 대한 처리를 갑질한 해당 기관에 맡긴다. 이럴수가!
갑질한 당사자가 답변을 달고 그 윗 상사가 결재를 하고 보낸 답변의 요지는 이러하다.
“동의자에 대한 확인서류는 꼭 필요하며, 본인서명사실확인서등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시키겠다”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와 미온적인 대처였다.
개인적으로 담당자에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조금 살아보니 화는 불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순간의 불꽃으로 무기력한 마음을 동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 화로 인해 상대가 행동을 고치거나 상황이 나아지는 일은 없고 화력을 올릴수록 내 마음만 다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화가 나거나 사과를 받을 생각은 없다. 다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짚을 필요는 있다.
성인입양에 대한 차별이나 거부감으로 고의적 지연을 시킨건가 싶어 기관과 개인의 잘못을 문서로 똑똑히 짚어 주는게 필요하다 싶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은 것이다.
그런데 국민신고 처리시스템이 도로 해당기관으로 가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그 답변을 당사자가 쓰고 담당과장이 결재한다는데 윗사람마저 검토를 안했거나 미온적으로 감싼다는 사실에 머리가 차가워지는 느낌이다.
시청에서 응당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면 이제 다음 단계는 ‘도청 고충민원’을 하라는데 그 전에 변호사에게 이 건에 대한 검토를 부탁해 놓은 상태이다.
나 혼자만의 불편이 아니라 성인입양에 대해 전국 어디에서든 또 이런 차별 사례가 있을까 해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좋은 결과를 소다공장에 알리고 싶다.
응원해 주시기를!!